『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심리학』 – 헤이든 핀치 지음
어릴 적부터 나는 ‘게으르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과제를 미루다 벼락치기로 하고, 계획은 세우지만 실천은 못 하고,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엉뚱한 일에 몰두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나는 이걸 단순한 나의 ‘나태함’이라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그것이 단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은 모순적인 듯 보이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된다. 특히 "당신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굉장히 잘하고 싶은 사람이다."라는 첫 문장은 스스로를 변명 없이 위로받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책은 미루기의 정체를 파헤치는 데서 시작한다. 미루기는 단순히 일을 뒤로 미루는 게 아니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 그 자체다. 특히 수동적 미루기와 능동적 미루기라는 구분은 내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마감이 임박해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서 능동적 미루기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 안에 불안과 두려움이 함께 있었다.
또 인상 깊었던 건, '게으르면서 동시에 바쁘다'는 역설적인 설명이었다. 미루고 있으면서도 쉬지 않는다. 나는 늘 뭔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해야 할 일을 피해 다른 무언가에 ‘대체’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대목에서 정말 뜨끔했다.
책에서 반복되는 핵심은, "미루기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라는 점이다. 불안, 완벽주의, 자존감 부족, 심지어는 성공에 대한 두려움까지. 내가 일을 미루는 이유가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너무 복잡해서 시작조차 어려운 상태였던 것이다.
특히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진 미루기는 나를 그대로 설명해줬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죄책감이 다시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자존감은 점점 깎여나간다.
미루는 나를 바꾸기 위한 실천들
책의 후반부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작게 시작하라", "감정을 다루는 기술을 익혀라", "꾸준함은 훈련된다"는 말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감정적인 이해 위에 설명되니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그냥 시작해라'가 아니라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를 먼저 이해하라는 점이었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왜 나는 이토록 반복적으로 일을 미루고 스스로를 자책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심리학적인 해답이 담겨 있다. 나를 이해하고, 나를 다시 받아들이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나는 이제 내 미루는 습관이 단지 '게으름'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나는 오히려 너무 잘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주 불안했고, 그래서 시작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를 더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조금씩 바꿔볼 수 있다는 희망도 얻었다.
이 책을 미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 낙인찍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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